'황태진 교수 관광칼럼' 관광 새로운 인식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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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진 교수 관광칼럼' 관광 새로운 인식이 필요

휴가가 한창인 계절이 돌아왔다. 해마다 휴가철이 되면 국내 관광지들은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룬다. 어렵사리 승인을 얻어낸 휴가날에 맞춰 휴가 계획을 짜고, 차에 이런 저런 물놀이 장비들, 먹을 것들을 싣고 길을 떠나는 것이 우리네 휴가의 일반적인 풍경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한 번이라도 피서를 다녀와본 사람이라면 잘 이해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휴가다운 휴가를 보내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을.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진부한 이야기가 피서를 떠날 때마다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고생의 전조는 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끝도 없이 이어진 긴 줄에 운전하는 사람이나, 차 안에 있는 사람이나 똑같이 기운이 쭉 빠진다.
 
즐겁자고 온 피서길에 오히려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신경이 날카로워진 식구들은 서로를 향해 가시 돋친 말을 주고받는다. 피서지에 도착해서도 고역은 계속된다.
 
자동차 한대 마음대로 세울 곳을 찾지 못하여, 같은 곳을 빙글빙글 도는 통에 자신이 피서를 온 것인지, 주차할 곳을 찾으러 온 것인지 헛갈리기 시작한다. 어렵사리 차를 세우고 안에서 짐을 꺼내 그간의 힘든 일은 다 잊고 본격적인 피서를 즐기려 하지만, 텐트 세울 곳을 찾느라 우왕좌왕하고 화장실 앞에 길게 늘어 선 줄을 보면 점점 지치게 된다.
 
더구나 모여든 인파 때문에 물놀이 등의 휴양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목이 말라 찾은 음료수 캔 하나에 지갑의 무게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을 느끼면 그 즈음 '내가 왜 왔지'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해서 후회만 남기고 돌아온 일상 역시 무기력함만 가중될 뿐이다.
 
단적으로 말해 이러한 피서는 가지 않느니만 못하다. 시간과 비용을 들인 보람도 전혀 없을뿐더러 오히려 스트레스만 더 심해지는 이런 피서는 우리나라가 아니면 찾아볼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편안하게 휴양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관광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각 지자체 혹은 관련 업체에서 마련한 관광 프로그램 등이 천편일률적이며 제한된 발상으로 개성이 없는 획일적인 관광 문화를 양산해 내고 있다는 점이다.
 
여름철 피서를 떠난 국내 관광객들의 관광지 방문 추이를 보면 대체로 해수욕장이나 캠핑장 등 보편적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매년 되풀이 되는 '피서지 잔혹사'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관광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관광, 피서, 휴가 등의 단어를 제시하면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해수욕, 물놀이, 해외여행 등의 개념 밖에는 떠올리지 못한다. 하지만 관광이라는 것은 보다 유연하고 포괄적인 해석이 가능한 개념으로, 우리가 미처 연상시키지 못하는 많은 경험도 관광에 속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직접 체험 관광도 그 중 하나이다.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다양한 것들을 직접적으로 체험하여 몸으로 느끼고 배우는 체험 학습은 최근 웰빙 붐을 타고 국내 전역으로 유행하기 시작하는 더욱 세련되고 품격 있는 관광문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이 시작 단계이지만 해외에는 이미 여러 종류의 다양한 체험관광 인프라가 조성되어 있어 우리나라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을 만하다. 그 중 우리가 참고할 만한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하자면 캐나다의 에코 밸리 랜치(Echo Valley Ranch)를 들 수 있다.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대자연 한가운데에 조성된 휴양촌인 에코 밸리 랜치에서는 말 그대로 캐나다의 웅장한 대자연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다. 대자연의 중심에 위치한 마을의 산장에서 머무르는 동안 관광객은 완전히 대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자연인이 된다. 저 멀리 동트는 해를 바라보며 아침 공기를 들이마시고, 기운찬 울음소리를 내는 말을 타고 푸르른 초원을 힘껏 내달린다.
 
말을 타고 강가에 도달해서는 낚싯대를 꺼내 강물을 향해 힘차게 던지고, 기운차게 푸드덕거리는 연어를 낚아 올린다. 목장에 와서는 카우보이 체험을 할 수 있다. 말을 타고 방목중인 소나 양떼를 이리저리 몰면서 다른 관광지에선 맛볼 수 없는 체험을 즐긴다.
 
다른 곳이 아닌 오로지 캐나다에서만 가능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용함으로써 많은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 코스가 되어 있다. 이러한 체험의 장이 어째서 인기가 높은지를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운용되고 있으며 또 관광객들의 니즈(Needs)가 많은 것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학습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대체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직접 경험을 통해 아이가 큰 배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체험학습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최근 팜스테이, 템플스테이 등의 프로그램을 찾는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에 발 맞추어 우리나라의 관광 문화도 기존의 목적 없는 휴양, 향락의 틀을 벗어나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기고 배울 수 있는 직접 체험 프로그램 중심의 문화로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칼럼니스트 황태진
-두원공대 관광영어과 외래교수
-호주 그리피스대학교 관광경영학과 졸업
-경희대 대학원 관광학석사졸업
-경희대 대학원 관광학박사과정
-피싱파크 진산각 총괄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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